매일경제
[매일경제=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 최근 필자가 고객사의 경영진과 만나는 자리에서, 혹은 지인들과 사적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심지어 가족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번아웃(burnout)'이라는 단어다. 며칠 전에도 국내 유수 대기업의 CEO가 "2년 전 취임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해왔는데, 요즘 보니 조직 전체가 '번아웃증후군'에 빠진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필자의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번아웃증후군의 사전적 정의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에 빠지는 현상'이라는데, 불확실성 가득한 작금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개인·가정·기업 대다수가 번아웃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에 만연하고 있는 번아웃증후군은 각 기업의 생산성과 성과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주요 산업 및 국가 경제의 지속적 혁신에 심대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크게 4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조직의 변화 수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감당 가능한 변화의 한계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무시하고 동시다발적으로 과도한 변화를 추진할 경우 조직의 번아웃은 필연적 결과일 수밖에 없다. 주요 과제들 사이의 선후관계 및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조직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왜-무엇을-어떻게(Why-What-How)'를 균형 있게 포괄하는 혁신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을 주도하는 대다수 경영진은 끊임없이 '무엇을(What)'을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Why'가 없는 'What'은 맹목적이고, 'How'가 없는 'What'은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혁신의 여정 중간중간에 조직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하고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인정과 보상이 구성원들의 참여 의지와 동기부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기업이 이 영역에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음을 필자는 여러 차례 관찰한 바 있다. 넷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 수용 능력을 점진적으로 육성·강화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보다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다듬는 것이 핵심이다. 말로만 '오너십'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성원들이 본인의 업무 분야에서는 '오너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컨대 번아웃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단순히 구성원들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줄이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직 전체가 변화와 혁신 추진에 필요한 에너지를 항시 충분한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번아웃증후군 관리의 핵심임을 우리 기업들이 유념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