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매일경제=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기업문화는 전략을 간단한 아침식사 거리로 먹어 치운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가 남긴 대표적 격언으로, 아무리 우수한 전략이라도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필자도 20년 넘게 여러 기업의 전략 수립과 실행 과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이 격언을 최소 수백 번은 떠올렸던 것 같다. 그만큼 기업문화가 전략 실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기업들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기업문화 혁신을 'No.1 CEO Agenda'로 언급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 중인 여러 기업을 관찰해 보면, 의외로 가장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기업문화 혁신의 목적, 즉 '왜?'에 대한 답이 불분명하거나 심지어 부재하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동어반복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업문화 혁신의 목적과 지향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필자는 이 글 서두에 인용한 드러커의 격언 속에 실마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성공적 전략 실행을 위해 요구되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최적의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전파·교육·체화시킴으로써 전략의 실행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탁월한 경영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기업문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필자는 '고성과 지향형 기업문화'라 부른다.
'고성과 지향형 기업문화'를 보유한 선도 기업들을 살펴보면 4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속도에 대한 집착이다. 신중을 기하다 실기하기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팔로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떨어트리는 조직·업무·프로세스는 발견 즉시 제거하거나 재설계한다. 둘째, 투명성의 보장이다. 전략 실행의 성과, 주요 의사결정의 배경 등 핵심 경영 정보들을 유관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다. 이는 앞서 말한 '속도 경영'의 핵심 선결 요건이자 구성원들의 오너십 증진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셋째, 융통성의 확장적 적용이다. 업무범위표·직무명세서 등으로 업무 영역을 사전에 국한하지 않고, 필요시 적절한 수준의 변화를 자발적으로 결정·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권한과 책임의 균형적 재분배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현장 조직이 우수한 고객 경험 제공을 책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까지 '영어 이름 사용' '직급 체계 대폭 간소화' 등이 기업문화 혁신의 대표적 사례처럼 언급되곤 했다. 그러나 부화뇌동 격으로 이러한 제도들을 졸속 도입했다가 부작용만 경험하곤 슬그머니 원상복귀한 기업들도 꽤 있다. 기업문화 혁신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기에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이다. 기업문화 혁신의 키는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특성과 전략에 부합하는 '고성과 지향형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