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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는 왜 700만달러 추가이익을 포기했을까

코스트코는 왜 700만달러 추가이익을 포기했을까

  • 2022년1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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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는 왜 700만달러 추가이익을 포기했을까

[매일경제=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창고형 할인마트의 대명사인 코스트코(Costco)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고객 요구에 관대하다. 영수증 없이도 시스템에 등록된 구매 이력만 확인되면 어떤 상품이든 즉시 반품하고 환불도 해준다. 또한 '고(高)마진'을 포기하는 대신 '모든 상품에 14%의 이윤만을 남긴다'는 가격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고객을 우롱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1985년 상장한 코스트코의 주가는 40년 가까이 건실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코스트코와 같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목적으로 승리하는 기업'(원제 Winning on Purpose)의 저자이자 NPS(Net Promoter Score·순추천고객지수)의 창시자인 프레드 라이켈트(Fred Riechheld)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제시한다. '고객 사랑'. 물론 이 대답이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고객 사랑'을 외치며 우리를 향해 열렬히 구애(求愛)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구애들이 과연 진실된 것들이었을까? 기업의 '고객 사랑'은 단기 이익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 실체와 진정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수년 전 코스트코는 어느 유명 청바지 공급업체의 사정으로 매입 원가가 대폭 낮아져 700만달러의 추가 이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14% 이윤 정책'을 고수해 매입 원가가 낮아진 만큼 가격을 낮춰 판매했다. 일부 호사가들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짐 시네걸(Jim Sinegal) 코스트코 CEO는 "고객과의 약속에 대해 예외를 만든다는 것은 마치 헤로인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성원 모두가 고객을 진실되게 사랑하는 '고객 중심 기업'이 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목적으로 승리하는 기업'의 저자들은 크게 4가지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기업 경영의 목적(Purpose)이 '고객 사랑'에 있음을 사내 모든 구성원들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고객의 일상을 보다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기업 경영의 목적이며 재무 성과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 사랑 실행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임을 구성원 모두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선 직원들이 현장에서 고객 사랑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을 사랑할 줄 아는 구성원들을 채용하고 이들이 창출하는 우수 사례가 사내에 전파 공유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고객 사랑은 '탁월한 고객 경험'을 통해 전달돼야 한다. 특히 요즘 시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탁월한 경험'의 핵심 키워드는 '초(超)개인화'로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별로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충성 고객'들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나이키, 애플 등 '고객 사랑 리더' 기업의 '충성 고객'들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홍보 대사 역할을 자처하며 강력한 구전 효과를 창출한다.

그 같은 4가지 화두를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일견 고객 사랑 실천을 위해 눈앞의 단기 이익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각 산업 내에서 가장 높은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 사랑 전략'이 '수익성 중심 전략'과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고객, 구성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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